시밤(CBAM)이란 무엇인가?

온라인팀 승인 2023.01.20 07:57 | 최종 수정 2023.01.20 18:03 의견 0

시밤(CBAM)은 EU에서 올해 10월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즉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말한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미흡한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에 해당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EU의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하여 탄소배출 부담금 성격의 관세, 즉 '탄소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다.

EU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일종의 무역장벽 혹은 블록 보호주의라는 시각이 있는데, 탄소배출 규제로 비용이 상승한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이전을 모색하려는 경향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규제의 목적이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의 보호주의와 동일시할 수 없다.

EU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허술한 지역에서 생산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키고, 이른바 '탄소 누출현상'을 방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이러한 대세를 방어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전략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향후 EU의 추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부터 수입자의 분기별 보고의무가 시행된다. 보고의 내용은 사업장별, 유형별, 제품별 수입총량을 비롯해서 수입품의 ton당 총 내재 온실가스 직접배출량과 총 온실가스 간접배출량, 내재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방법, 원산지에서 지불한 탄소가격 등이다.

올해 대상품목은 일단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 수소 및 특정 원·부재료(precursors), 스크류·볼트 등 철강 후방제품에 국한되지만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EU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과 수출중소기업, 그리고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CBAM 과도기간(2023년 10월∼2026년)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EU 수출품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EU가 요구하는 보고서 기준 및 세부지침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정보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중소기업에 제공하여 효과적인 대응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CBAM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에 정부와 기업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주로 국내납품을 통한 간접방식으로 수출에 관여하기 때문에 CBAM의 규제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CBAM이 확대될수록 다수의 중소기업이 CBAM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수년 동안 CBAM이 확대되어 모든 공급망이 CBAM 규제범위 안에 포함될 경우에 국내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들도 규제대상이 된다. 따라서 수출중소기업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수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인식전환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의 탄소중립 관련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중·단기성 사업 위주로 구성되고 있고 장기적인 지원정책이 미흡하고, CBAM을 포함한 탄소중립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의 대응 역량이 미비하다.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역량 강화보다 정책금융에 대한 관심에 치우쳐 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에서는 지자체(지방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중소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더럼 카운티에서는 지방의회가 앞장서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에너지효율화 프로젝트(BEEP, Business Energy Efficiency Project)를 통해 중소기업이 에너지와 물의 소비를 감축할 수 있도록 에너지 무상평가와 효율화계획 및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24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참여하여 탄소배출량을 2,000 ton 넘게 감축했다. 레스터셔 카운티도 그린 비즈니스 에너지(BELLE) 계획을 통해서 중소기업의 에너지 사용 분석과 개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에 관한 기술자문,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계획은 이산화탄소 2,000톤 감축을 목표로 15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불 밝힌 일본 기업들의 탈탄소 캠페인' 일본의 지방도시는 한국의 지방도시보다 덜 화려하지만, 기업들의 탈탄소 캠페인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 Ⓒ이앤이뉴스


일본은 기업 및 경제단체의 ‘Challenge Zero’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경제산업성, 일경단,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 등은 탈탄소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ESG 투자)을 장려하고 있다. 2020년 10월 기준으로 300여개 기업이 챌린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제품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챌린지 캠페인이 홍보되고 있다. Ⓒ이앤이뉴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타이키샤는 페인트 마감 공정에서 순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했고, 미쓰비시 중공업은 탄소포집기술 구현으로 탄소중립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JFE 홀딩스는 Zero-Carbon Steel을 실현했으며, 미쓰비시화학 홀딩스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이뤄냈다. 도쿠야마는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생산기술을 활용해서 이산화탄소 저감과 수소생산 원가절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생산모델을 구축했다.

<참고>

한국사회투자포럼(KOSIF), 홈페이지 CBAM 등 관련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중소기업 대응방안 연구(박혜리 박지현,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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