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에 대한 보이콧과 존슨앤존슨의 리콜[ESG-5]

온라인팀 승인 2023.06.23 12:28 의견 0

기업과 경영자가 CSR과 ESG를 도덕적 당위나 의무로 받아들인다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지만, 글로벌 대기업일수록 CSR과 ESG가 기업의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와 긴밀하게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CSR에 대한 경영자의 관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표적 사례는 1970년대 네슬레 분유사건과 1980년대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사건를 들 수 있다.

두 사건은 CSR에 대한 경영자의 관점이 기업의 존망과 성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74년 3월 영국 빈민구제단체 워온원트(war on want)가 발간한 팜플릿 ‘누가 아기를 죽이는가?’는 네슬레와 유니게이트가 아프리카에서 전개한 공격적 분유 마케팅이 높은 영아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독일 시민단체 제3세계행동그룹(TWAG)은 이를 인용하여 ‘네슬레가 아기들을 죽이고 있다’는 제목으로 고발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네슬레는 이러한 국제적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도리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서 승소했다.

당시 세계 분유시장을 장악했던 네슬레는 미국과 유럽에서 분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출산율이 높은 아프리카에 무료 샘플을 살포하면서 의료진 복장을 한 영업사원들을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주부들은 현지 여견상 비위생적인 식수에 분유를 타서 아이들에게 먹여야 했고, 소독이 어려운 여건에서 오염에 노출된 젖병(feeding bottle)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조건에서 영유아가 각종 질환에 노출되고 사망하는 일이 잦아지자 고영양식이라는 분유보다 차라리 모유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유럽 시민들의 네슬레 보이콧(불매운동) 포스터


네슬레는 지금은 가능하지 않았을 법적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유럽에서는 불매운동이 격화되었다. 특히 1977년 미국 미네아폴리스주에서 결성된 ‘분유행동연합(IBFAN)’은 전미에 걸쳐 광범한 불매운종을 전개하여 전지구적 불매운동의 서장을 열었다. 이로 인해 네슬레의 매출과 평판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네슬레는 경제적 손실이 구체화되고 나서야 WHO 등 국제보건기구들과 협력하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점을 세우게 됐다. 오늘날 네슬레는 CSR이나 ESG를 더 이상 도덕적 명령이 아니라 합리적 경영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국제단체들도 인정하는 선도적 모범들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에 존슨앤드존슨은 사안의 성격상 더 심각하고 초기대응이 중요한 사건에 봉착했다. 1982년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주민 7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유사한 범행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건이 270건 넘게 신고되었다.

존슨앤드존슨은 시중의 타이레놀 3,100만병을 모두 회수하고, 최고경영자 버크(James Burke)는 회사의 사후수습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그리고 타이레놀의 조작방지를 위한 안전포장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어린이나 노인이 개봉하기에 힘들 정도로 견고해진 포장은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을 초래했지만, 독극물사건의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 포장방식은 다른 제약사들로 확산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한 연구자들은 네슬레의 사례를 경영자의 근시안적 시각을 잘 보여줌과 동시에 이에 대한 사회적·국제적 압박으로서 소비자운동(불매)의 중요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존슨앤존슨의 사례는 경영자가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이해관계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함으로써 기업의 책임과 함께 평판을 제고한 성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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